[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국내 개봉 2주차를 맞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간(10/12 ~ 10/18)의 누적 관객 수는 66,821명으로 집계되었네요. 나름 개봉 첫 주말에 감상했던 저의 소감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화려한 예고편이나 소개 프로그램에 깜빡 속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졸작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비평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입니다. 비평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의미는 관객 모두가 공감하고 엄지척을 해줄 만한 보편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즉, 관객에 따라 엄청 재미있어 하다가도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있겠으나 그것이 모든 관객에게 해당되는 건 분명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거 극장에 바로 가서 봐야 할 작품이냐는 질문에 저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조금 기다리면 분명 어디에선가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될 작품이니 혼자만의 최적 환경에서 감상하시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독립영화로는 아주 적지만도 않은 2천5백만불의 예산으로 제작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3월 27일에 개봉, 약 7천만 달러의 입장료 수익을 거둔 작품이니 상업적으로 폭망한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고 무엇보다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동 각본과 연출을 맡은 다니엘 콴 & 다니엘 쉐이너트 콤비의 전작 [스위스 아미 맨](2016)의 경우 다소 난해한 내용이었음에도 기발한 상상력에 높은 점수를 받았던 바가 있었죠. 두 감독의 스토리텔링과 연출 역량은 마치 테리 길리엄 감독 작품들 중 조금 덜 대중적인 작품들과 유사한 편인데요, 이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스위스 아미 맨]에 비해 조금 대중적이긴 하지만 괴랄한 개그감과 극한의 상상력은 여전한 편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요즘 전세계 관객들이 마블 스튜디오에 의해 멀티버스 세계관 교육을 받고 있던 참이었는데 여기에 잘 적응하신 분들이라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이해하시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동일한 인물이 과거 시점에 이루어진 선택의 다른 길목에서 갈라져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새로운 인종(손가락이 소세지인 인류)으로 살아가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 생물이 아닌 돌덩어리로 존재하기도 한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여기에 특수한 장비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이용해 다른 세계의 자신과 연결이 되고 그 능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설정을 가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탁소 주인 에블린(양자경)이 갑자기 무술도 할 수 있게 되고 그러는 거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도 세계를 소멸시켜버리려는 빌런이 존재하고 여주인공은 그와 맞서 싸우게 됩니다. 그 빌런은 다름아닌 소심한 동성애자 딸 조이(스테파니 수)의 다른 세계 버전에서 배태되어 나온 죠부 투파키라는 몬스터로 세상 모든 것들을 마치 블랙홀과 같은 베이글 속으로 넣어버리려고 합니다. 네, 이쯤해서 영화 못보시고 읽고 계신 분은 아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 하실 거예요. 영화 내용이 그렇습니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상력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들과 여러 시각 효과를 통해 설득력 있게 관객들 앞에 펼쳐보이는 것이 바로 영화 연출의 마법 아닌가 싶네요. 더군다나 이해를 넘어 감정의 전달에까지 성공한다면 그 영화는 칭찬 받을 자격이 충분한 작품인 것이겠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그런 지점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해서는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소개를 받은 유튜브 영상에서는 [기생충](2019)에 빗대면서 아카데미상 후보감이라는 언급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 홍보사에서 적어준 카피를 (아마도 유튜버 본인도 못본 상태에서) 그대로 옮긴 것으로 생각되고, 제가 직접 본 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시장에서도 크게 환영받은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보편적인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작품이 내년 주요 시상식에서 혹시 상을 받는다면 특수효과상이나 편집상 정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Hollywood Critics Association Midseason Awards 2022에서는 주요 7개 부문 석권)
평소 편식 없이 다양한 영화들을 고루 관람하시는 열혈 팬이시라면 적극 추천드릴 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가 아닌 관객이시라면 심지어 좋아하지 않을 요소가 있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느 쪽이든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이 필수는 아니며 스트리밍으로 감상(작품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해도 무방하거나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극장 관람에서 스토리 따라가느라 놓쳤던 디테일을 중심으로 한번 더 보고 싶네요. @
(2022. 10. 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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