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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3

귀공자 (The Childe, 2023)

직설적인 제목이려고 했었다면 [코피노(들)]라고 하는 편이 맞았겠지만 최종 결정권자의 의도는 그걸 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귀공자]라는 제목은 귀공자 같은 외모의 살인청부업자이기도 하고 '누군들 귀한 자식이 아니겠는가'라는 의미까지 내포하는 듯 합니다.



박훈정 감독의 필모에서 [낙원의 밤]과 함께 중간 지대에 놓일 수 있을 작품. 따지고 보면 큰 줄거리는 엄청나게 단순한 편이라 그런 듯 합니다. 물론 [낙원의 밤]에 비해면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편이고 그로 인해 잘 만들어진 하이스트 무비의 느낌을 주네요.



극장을 찾기 전까지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고민을 하다가 기왕 청불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전연령 관람가 영화는 나중에 집에서나 보는 걸로 하려고요.



극장 환경에서 상영되는 '자막 없는' 한국영화가 자막 있는 외국 영화에 비해 대사 전달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 관계자들이 어떻게 극복해낼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영화/드라마에 한글 자막을 달아서 보다가 오랜만에 자막 없이 보려니 좀 불편했습니다. [귀공자]는 일부 조연 외에는 꽤 잘 들리는 편이었어요. @

2023/05/20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 3 (Guardians of the Galaxy Vol. 3, 2023)

 한줄 소감 : 라일라 사진만 봐도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많은 말이 필요 없는 오랜만의 '보기 좋았던' 마블 영화이지만, 특히 [토르 : 러브 앤 썬더]나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와의 비교는 당분간 좋은 이야깃 거리가 될 듯 합니다. @

2023/05/07

비프 (Beef, 2023)

넷플릭스의 10부작 블랙 코미디 [비프]를 감상했습니다. 최근 헐리웃의 아시안 열풍에서 최전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두 배우,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을 주연으로 하는 아시안 버전의 [아메리칸 뷰티]라고 불러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넷플릭스가 세계 시장에서 K-컨텐츠의 영향력에 통큰 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도 여러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듯 하네요. 스티븐 연이나 다른 배우, 스텝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인 이성진 감독이 총괄 기획을 맡고 직접 각본과 연출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대형 쇼핑몰의 주차장에서 붙은 시비로 악연을 이어가게 된 대니(스티븐 연)과 에이미(앨리 웡)의 이야기이면서 미국 내 이민자 출신이라는 특별한 배경의 인물들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좌절감과 분노의 감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비프]입니다.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아 자살할 결심까지 하게 된 노총각은 노총각 대로, 반면 굉장히 잘 나가는 입지전적인 여성 사업가는 사업가 대로 '정의롭고 능력있는' 일반적인 주인공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들로 그려지는데 그런 덕분에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기상천외하면서도 코믹한 상황 전개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시청자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는 듯 합니다.



지난 4월 넷플릭스를 통해 첫 공개되었던 시점에는 당장 보고 싶은 마음은 잘 들지는 않는 편이었는데 마침내 보고 나니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네요. 이틀에 걸쳐 5편씩 단숨에 완주했습니다. 한국이나 다른 아시안 이민자 출신들의 '문화적 특색'에 집중하는 작품이 아니라 이거야 말로 그들의 시각과 입장에서 제대로 터져나온 이야기라고 생각되네요. 출연진 가운데 주인공의 과격한 사촌 형으로 출연한 데이빗 최(David Choe)의 존재감과 화려한 입담은 [비프]라는 작품의 전반적인 특색과 잘 통하는 듯 합니다. @

2023/05/05

교섭 (The Point Men, 2023)

어린이날 연휴(더군다나 비까지 오는)를 맞은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넷플릭스가 새로 공개한 영화는 지난 1월 극장 개봉작 [교섭]이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 물의 길]을 끌어내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관객 동원은 172만 여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었군요. 믿고 보는 황정민에 간지 나는 현빈까지 동시 출전했음에도 까다로운 우리나라 관객들의 눈에 드는 데에는 실패한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보니 탈레반에 납치된 선교단 인질들을 구해내기까지의 과정을 영화적으로 풀기 위해 덧살을 입히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대단한 몰입감이나 긴장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편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나 전반적인 연출도 왠지 모르게 나사 하나가 풀린 듯 시원찮은 모습이었습니다. 리뷰를 남기기 위해 뒤늦게 검색을 해보니 임순례 감독이라 좀 의외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였나? 싶기도 합니다. 임순례 감독 작품이라 황정민이 참여하고 제작비를 모을 수 있었던 것까지는 좋았겠지만 역시 이쪽 분야에서 임순례 감독의 장점을 드러내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당시의 사건을 철저한 사실에 입각해 다큐멘터리, 또는 그에 가깝게 다루는 편이 오로지 작품 자체만 놓고 봤을 때에는 차라리 좋지 않았을까, 해볼만 한 가치가 있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아쉬운 소재와 작품입니다. @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 2 (Star Wars : Visions S2, 2023)

스타워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비전스]의 두번째 시즌 9개의 에피소드가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되어 비 오는 어린이날에 감상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에는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 로봇]가 있죠. 개인적으로는 [매트릭스] 세계관의 해설판이자 확장판이라할 수 있었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애니매트릭스](2003)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비전스]는 SF 장르라는 점 외에는 작품들 간에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러브, 데스 + 로봇] 보다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한정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애니매트릭스]에 좀 더 가까운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번 시즌에서는 전체적으로 다양성에 신경을 쓴 느낌입니다. 시즌 1이 '기승전 라이트세이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라이트세이버라는 소재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시즌 2는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가능한 좀 더 다양한 소재와 사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포스나 그에 준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제국의 착취나 무자비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은 편입니다. 작품마다 완성도의 격차는 약간씩 있는 편입니다.



5번째 에피소드 [어둠의 머리를 벨 수 있다면]의 경우 다양한 작화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매우 전형적인 2D 저패니메이션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의외로 박형근 감독에서부터 성우로 다이엘 대 김, 애쉴리 박 등 각본, 연출, 성우(영어)까지 한국계 분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이어서 각별히 기억해둘만 할 것 같습니다. 빛과 어둠의 균형으로 우주를 설명하곤 하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충실한 내용도 칭찬할만 하겠고요.



[스타워즈]의 주요 작품도 아니고 해서 이거 언제 공개된다는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어린이날 우연히 접속했다가 월척을 낚은 기분으로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계정 갖고 계신 분이라면 한 시도 망설이 이유가 없는 멋진 선물이라고 생각되네요. (통상적인 수요일이나 금요일이 아닌 5월 4일 목요일에 공개를 한 것은 다음 날이 한국의 어린이날 연휴라서 그런 걸로 생각해도 되겠죠? ㅎㅎ) @

2023/03/10

[영화] 노스맨 (The Northman, 2022)

2022년 8월 개봉작 [노스맨]을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트로이](2004), [킹덤 오브 헤븐](2005), [300](2007), 최근에는 [왕좌의 게임]과 유사한 전쟁 역사물로 생각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라면 적잖이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적어도 한 두 차례의 대규모 전투 장면 같은 것을 기대했을텐데 [노스맨]은 그런 시각적인 스펙타클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작품이니까요.


(이하 스포일러)



10세기 바이킹 부족의 왕자가 아버지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삼촌의 칼날을 피해 도망했다가 뛰어난 전사로 성장하여 복수에 성공한다는 큰 줄거리는 다름아닌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그것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라이언 킹]의 서사 자체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고 본다면 [노스맨]은 기왕이면 영국 대문호의 비극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주는 편이 좀 더 있어보이고 좋은 거겠죠.

서사적 근간은 비록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못해 고루한 느낌마저 줄 수 있는 [노스맨]이지만 그 디테일에 있어서는 북유럽 바이킹의 역사와 전설에서 가져온 소재들을 풍성하게 담아내면서 기존의 전쟁 역사물들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마블 영화들을 통해 친숙해진 북유럽 신화 속 소재들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그 원류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노스맨]의 독특한 분위기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역시나 공동각본과 연출을 맡은 로버트 에거스(Robert Eggers) 감독이라고 하겠습니다. 감독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안야 테일러-조이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했던 [더 위치](The VVitch : A New-England Folktale, 2015), 그리고 윌렘 데포와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 2019)에서 보여준 독특한 연출 감각은 다른 장르물들과는 분위기가 한참 다른 [노스맨]을 따라갈 수 있게 해주는 관문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노스맨]은 특히 [더 위치]에서 보여주었던 독특한 질감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유사한 결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오히려 [더 위치]와 [라이트하우스]의 감독 로버트 에거스가 만든 새 영화로서 [노스맨]은 좀 의외의 선택이었고 역시나 결이 좀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기괴함에 대한 취향은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좀 더 대중적인 스토리라인의 이야기를 다뤄야만 하는 숙제를 절충해 내놓은 느낌이랄까요.

한번쯤 큰 규모의 작품(제작비 6천만불)에 도전해보는 기회를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만 [노스맨]은 [더 위치]와 [라이트하우스]에 매혹된 팬들이 보고 싶었던 종류의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노스맨] 보다는 현재 촬영 중인 새 영화 [노스페라투]에서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진짜 장기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게 됩니다.



[노스맨]에는 한 자리에 모아놓기 힘든 배우들이 의외로 많이 출연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빨래판 몸짱 주연 배우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고 안야 테일러-조이, 니콜 키드먼 정도가 출연하는 건 알았지만 암레스(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아버지 아우르반딜 왕으로 에단 호크가 출연한 건 의외였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로버트 에거스 사단의 일원이 되어버린 윌렘 데포도 등장하고,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도 짧지만 강렬한 출연을 하셨더군요.

내용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부분은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군드룬 왕비를 통해 모성에 대한 신화를 박살내버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생존과 후계를 위해 늑대와 인간의 중간 지점쯤에서 싸워야 했던 전사들 뿐만 아니라 우리 여성들도 그에 못지 않은 거친 욕망과 냉혹함을 소유자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노스맨]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마블의 [토르 : 라그나로크](2017) 이후 등장하는 매력적인 발키리(테사 톰슨)와 달리 [노스맨]에서의 발키리(케이티 패틴슨)는 기존 남성들의 성적 대상화가 되었던 모습을 거부한 진짜 전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2023/02/28

[영화] 치히로 상 (ちひろさん / Call Me Chihiro, 2023)

지난 2월 23일 목요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치히로 상]을 감상했습니다. 2014년에 출간된 야스다 히로유키의 만화를 각색해서 영화화한 작품이네요.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의 연출로 아리무라 카스미가 주인공 치히로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출연진 가운데 가장 낯익은 얼굴라고 할 만한 배우로는 치히로의 예전 직장 상사(?)로 출연한 릴리 프랭키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갖은 양념으로 화려한 풍미를 자랑하는 요리가 있는가 하면 그와 정반대로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와 같이 지극히 단순한 재료로 만든 한끼 식사가 있기도 하죠. 일본 영화들이라고 해서 다 담백하기만 한 것도 아니지만 [치히로 상]은 그 나라의 요리법과 음식 맛을 닮은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소박한 느낌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 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치히로(아리무라 카스미)가 해변가 마을의 도시락 전문점에서 일하는 동안 이야기가 진행되고 다시 소 키우는 농장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극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시락 전문점의 사장 내외나 다른 이들에게 가족과 같은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새로운 곳으로 떠나갑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존재이듯 만남 이후 이별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죠.



치히로의 성장 과정이나 마사지 샵에서 일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은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법이 없습니다. 대신 치히로의 주변 인물들, 여고생이나 꼬맹이 남자 아이 등을 통해 극중 인물들 간의 공통 요소들을 꼽아볼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이들은 모두 가족들과 함께 살고 학교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그 안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합니다. 혼자 떠돌아 다니듯 생활하다가 치히로와 알게 되고 다시 서로와 친구를 맺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치히로 본인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 하지 않고 노숙자와 도시락을 나눠 먹고 목욕까지 시켜줄 정도로 상냥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는 일반적인 인간 관계에는 정착하지 않기로 한 것 같습니다. 아니 그 보다는 더이상 정착할 수가 없게 된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영화는 그런 대로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마무리됩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도시락 전문점 일을 할 때에는 '마사지 샵에서 일했었다'고 답해야 했지만 이제는 '도시락 전문점에서 일했었다'고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한 챕터씩, 예전 보다 좋아진 과거를 쌓아가는 것만이 남은 과제인 것만 같습니다.

일본 영화의 특성상 [치히로 상] 역시 원작의 분위기와 내용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으리란 추측을 해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원작 만화도 접해보고 싶습니다. @

2023/02/26

[영화] 나의 넷플릭스 추천 영화 (Netflix Original Movies, 2015 ~ 2023)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또는 판권 매입)하고 한국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장편 영화들 가운데 제가 직접 본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개인적인 만족도에 따른 평점 목록입니다. 평점은 10점 만점으로 7점 이상이면 추천, 6점 이하는 보통 수준이거나 비추천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포스트는 새로운 영화를 감상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추가하는 업데이트(새로운 포스팅 날짜로 갱신)를 하겠습니다.

영화 목록은 최신작부터 시작됩니다. 한글 제목 (영문 제목, 점수/10)에 간단 소개글 형식으로 정리하고 제작 국가/언어는 대부분 미국 또는 영어권이어서 그외 경우에만 별도로 언급하겠습니다. 붉은 색으로 표시한 영화는 평점과 상관 없이 '이 영화는 한번 더 봐도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드는, 이 역시 나름 추천의 의미로 생각해주세요.




[2023년]


치히로 상 (ちひろさん / Call Me Chihiro, 6/10)  리뷰 보기

- 극중 소재로도 등장하는 오니기리와 같은 맛과 쓸모를 가진 영화. 비 오는 밤에 집 열쇠를 잃어버려 들어가지도 못하고 배 고픈 아이와 같은 심정일 때는 이 영화를 기억하세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Unlocked, 8/10)  리뷰 보기

- 모바일 시대의 묵시록이라 할 만한 스릴러물. 일본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오랜만의 웰메이드 한국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 피플 (You People, 5/10)

-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결심한 유태인 남자와 흑인 여자 커플이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코미디 영화. 영상편지 하는 듯한 어색한 대사 몇 마디로 간단히 화해하고 해피엔딩으로 직행해버리는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기승전-똥망결이라고나.


정이 (Jung_E, 6/10)

- 연상호 감독의 SF 신작으로 강수연 배우의 유작이 된 영화. 애초부터 강수연 살아 생전에 헌정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던 작품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페일 블루 아이 (The Pale Blue Eye, 6/10)

- [아웃 오브 더 퍼니스](2013), [몬태나](2017)에 이은 스콧 쿠퍼 감독과 크리스찬 베일의 세번째 합작품. 반전이 있는 미스테리 추리 복수극으로 현대적인 관객 취향에 따르기 보다는 1830년대 웨스트포인트의 겨울 풍경을 담아내는 데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쓴 느낌입니다.


[ 2022년 ]


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 5/10)

- 돈 딜리오의 1985년 동명 포스트모던 소설을 영화화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 오랜만에 만나보는 시네마테크 취향의 영화인데 2022년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나름 잘 어울리는 작품일 수도.


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 (Glass Onion : A Knives Out Mystery, 7/10)

- 정통 추리극 장르의 매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전편 [나이브스 아웃](2019)과 달리 극장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관객과의 두뇌 싸움 보다 세태 풍자 쪽에 무게 중심을 둔 후속작. 라이언 존슨 각본/감독과 명탐정 브느와 블랑 역을 다시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6/10)

- 기예르모 델 토로 버전의 피노키오. 전연령 시청가 작품으로서 약간의 각색을 더하기는 했지만 내용 자체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고, 줄거리의 새로움 보다는 스톱모션 장인들의 예술적인 경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Bardo, Falsa Crónica de unas Cuantas Verdades, 8/10)

-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감독의 새 영화. 어느 멕시코 지식인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트롤의 습격 (Troll, 5/10)

- 북유럽의 전래 동화에 등장하던 숲 속의 요정 트롤을 괴수물로 재해석한 영화. 노르웨이의 풍광과 괴수물의 스펙타클만 살게요.


채털리 부인의 연인 (Lady Chatterley's Lover, 8/10)

- 한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왠지 여러 번 본 것만 같았던 그 영화. 불륜과 외설의 대명사라고만 알고 있었다면 이 최신 버전이 리프레쉬하기 좋은 기회.


모니카, 오 마이 달링 (Monica, O My Darling, 7/10)

-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각색한 인도 영화. 여러 등장 인물들이 죽어나가는 범죄 느와르를 감각적인 코미디로 잘 풀어냈습니다.


슬럼버랜드 (Slumberland, 8/10)

-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라고만 생각하고 지나치면 안될 영화. [콘스탄틴], [나는 전설이다], [헝거 게임]의 연출 장인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연출.


더 원더 (The Wonder, 10/10)

- 우리가 한 편의 훌륭한 영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품고 있는 작품. [디서비디언스](2017)의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 연출, 플로렌스 퓨 주연.


그 남자 좋은 간호사 (The Good Nurse, 6/10)

- 2003년 범죄 사건을 다룬 논픽션 원작의 영화화. 개인의 광기 보다는 그 광기를 방조했던 조직적 은폐를 지적하는 작품.


서부 전선 이상 없다 (Im Westen Nichts Neues, 7/10)

- 1929년 원작의 세번째 영화화인데 독일어로는 이번이 처음. 전쟁의 참상과 정치적 비극성을 고발하는 클래식.


더 스트레인저 (The Stranger, 5/10)

- 호주에서 있었던 13세 소년 실종/살해 사건과 이후 용의자의 자백과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경찰의 수사 과정을 그려낸 실화 영화. 사건과 당시 상황 만큼이나 아주 무겁고 어두웠던 토마스 M. 라이트의 연출. 조엘 에저튼, 숀 해리스 주연.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Luckiest Girl Alive, 8/10)  리뷰 보기

- 밀라 쿠니스 주연의 여성 영화.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결단이라는 2개의 단순한 플롯을 교차시키면서 몰입감을 이끌어냅니다.


데이 시프트 (Day Shift, 7/10)

- 제이미 폭스 주연의 뱀파이어 액션물. 공포감 제로이지만 짜임새 있는 액션 씨퀀스가 볼 만합니다.


그레이 맨 (The Gray Man, 9/10)

- 루소 형제가 직접 연출한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드 아르마스 주연의 첩보 액션물. 넷플릭스 영화 제작비가 아주 올바르게 사용된 최신 사례.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좋았던 점만 가져온 듯 합니다.


스파이더헤드 (Spiderhead, 4/10)

- 조셉 코신스키 감독, 크리스 헴스워스와 마일스 텔러 주연의 SF 스릴러. 준수한 연출이었으나 답답했던 전개에 너무 뻔했던 결말까지.


메탈 로드 (Metal Lords, 6/10)

- 밴드 하는 하이틴 코미디. [왕좌의 게임]의 작가이자 제작자였던 D.B. Weiss가 직접 쓴 유일한 영화 시나리오. 추억담인가요.


애덤 프로젝트 (The Adam Project, 6/10)

- 숀 레비 감독과 라이언 레이놀즈 콤비의 SF 코미디인데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배합했습니다. 약간 숨가쁜 느낌의 전개와 전환.


[ 2021년 ]


돈 룩 업 (Don't Look Up, 8/10)

- 아담 맥케이 각본/연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등의 아주 호화로운 출연진. SF의 외형으로 접근하는 고도의 정치 풍자 코미디. 2021년 말 최고의 선물이었죠.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6/10)

- 오랜만에 만나는 제인 캠피언 감독 작품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작.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복수극.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맥피 주연이고 실제 촬영은 뉴질랜드에서 했네요.


레드 노티스 (Red Notice, 5/10)

-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 주연의 하이스트 코미디. 아마도 제작비의 대부분이 출연료로 낭비되었을 대표적인 사례.


아미 오브 더 데드 : 도둑들 (Army of Thieves, 8/10)

- 잭 스나이더 감독의 복귀작 [아미 오브 더 데드]에 이은 프리퀄이자 스핀오프 영화인데 본편 보다 오히려 더 좋을 수 있었던 경우.


나이트 티스 (Night Teeth, 4/10)

- 지루한 전개에 볼거리마저 빈약했던 뱀파이어 영화. 단역으로 깜짝 출연한 메간 폭스를 찾아보아요.


케이트 (Kate, 6/10)

- 야쿠자 조직의 음모에 말려든 여성 킬러의 고군분투. 최종 보스를 향해 한 단계씩 나아가는 전형적인 게임식 플롯으로, 최근에는 보기 드물었던 느와르식 결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베킷 (Beckett, 5/10)

- 존 데이빗 워싱턴이 출연해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그리스 배경의 스릴러. 의외로 옛스러웠던 연출 때문이었는지 나름 조마조마했어요.


블러드 레드 스카이 (Blood Red Sky, 6/10)

- 뱀파이어 엄마와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에서 만났을 때. 독일 영화.


제 8의 밤 (The 8th Night, 4/10)

- 이성민, 박해준 주연의 오컬트 한국 영화. 어마어마했던 예고편과 뜬금포로 어설프게 쌓아올린 본편.


아미 오브 데드 (Army of the Dead, 6/10)

- 잭 스나이더 감독의 복귀작으로 도입부는 아주 훌륭했어요.


우먼 인 윈도 (The Woman in the Window, 6/10)

- 조 라이트 감독, 에이미 아담스 주연의 심리 스릴러로 광장공포증의 주인공 때문에 관객은 폐쇄공포증에 걸릴 지경.


낙원의 밤 (Night in Paradise, 6/10)

- 박훈정 감독,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주연의 조폭 느와르. 박훈정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저예산의 느낌이 좀 납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To All the Boys : Always and Forever, 6/10)

- 가장 트렌디했던 하이틴 로맨스 3부작의 완성.


승리호 (Sky Sweepers, 6/10)

- 일취월장하는 그래픽으로 담아낸 한국산 토종 신파.


더 디그 (The Dig, 8/10)

-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존재의 의미를 질문하고 탐색하는 우아한 작품. 랄프 파인스와 캐리 멀리건 주연의 실화 영화.


그녀의 조각들 (Pieces of a Woman, 5/10)

- 바네사 커비 주연의 캐나다/헝가리 합작 영화. 바네사 커비 때문에 봤는데 바네사 커비만 보였어요.


[ 2020년 ]


미드나이트 스카이 (Midnight Sky, 4/10)

- 허술한 각색과 빈약한 연출력을 선보이고 말았던 조지 클루니 감독/주연 SF 영화.


맹크 (Mank, 5/10)

- 데이빗 핀처 감독, 게리 올드먼,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시대극으로 비평가들이 무척 좋아라 했던 작품.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 작가 허먼 J. 맨키위츠의 투쟁기를 흑백 영상에 담아낸 영화.


콜 (The Call, 8/10)

- 대체불가한 전종서, 그리고 박신혜, 김성령 주연의 스릴러물. 코로나 때문에 극장 개봉을 못하고 넷플릭스로 팔려와 고마웠던 경우.


힐빌리의 노래 (Hillbilly Elegy, 6/10)

- 개인적인 서사에서 이끌어내는 보편적인 메시지. 명배우 인증을 위해 작정하고 달려든 에이미 아담스와 글렌 클로즈.


레베카 (Rebecca, 5/10)

- 아미 해머와 릴리 제임스 주연의 스릴러. 뭔가 옛스럽다고 느꼈다면 그건 1940년 히치콕 감독 영화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입니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7/10)

- 역사물과 법정 드라마이면서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담아낸 아론 소킨 감독 작품.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The Devil All the Time, 8/10)

- 도날드 레이 폴락의 2011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톰 홀랜드 주연 영화. 미국 고전 문학을 접할 때의 그 느낌.


프릭스 : 원 오브 어스 (Freaks : You're One of Us, 4/10)

- 슈퍼 파워 히어로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독일 영화. 허술한 후반부 때문에 리메이크 요망.


프로젝트 파워 (Project Power, 8/10)

- 어디서 본 듯한 소재를 재탕하고 있는 듯한 영화이지만 재미있게 잘 만들었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화법을 보여줍니다. 제이미 폭스, 조셉 고든-레빗 주연.


올드 가드 (The Old Guard, 5/10)

- 판타지 액션에서 내면적 갈등을 끌어내려다가 그만 올드해져버린 샤를리즈 테론 주연 영화. 3부작 계획으로 현재 뚝심 있게 속편 후반 작업 중.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 (Eurovision Song Contest : The Story of Fire Saga, 2/10)

- 윌 패럴의 코미디 좋아하고, 레이첼 맥아담스를 사랑하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도저히... SNL 단막 꽁트로 그쳤어야 했던 조악함.


익스트랙션 (Extraction, 6/10)

- 루소 형제가 쓴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크리스 헴스워스 주연의 전투 액션. 최다 스트리밍 기록에 힘 입어 속편 후반 작업 중.


사냥의 시간 (Time To Hunt, 4/10)

- 화려한 캐스팅(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과 세기말 배경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코로나로 넷플릭스행을 택해 관객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었던 경우. 박해수 배우를 이 때는 못알아뵈서 미안했어요.


스펜서 컨피덴셜 (Spenser Confidential, 3/10)

- 넷플릭스의 눈먼 돈 아니었으면 만들어지지도 못했을 졸작. 예고편은 아카데미 수상감.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 : P.S. 여전히 널 사랑해 (To All the Boys : P.S. I Still Love You, 8/10)

- 전편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속편으로서 더욱 좋아진 드문 사례이고, 당시 넷플릭스 영화 제작의 최선책. 1편부터 본다면 이 영화도 주행.


[ 2019년 ]


문 섀도우 (In the Shadow of the Moon, 7/10)  리뷰 보기

- SF 미스테리 스릴러의 외형 안에 감춰진 힐링의 메시지. 과거를 치유하기 위기 위한 일념으로 미래를 저격하려던 주인공이 마침내 구원을 찾은 곳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의 미래.


두 교황 (The Two Popes, 8/10)

-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계를 다룬 실화 영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연출과 안소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 앙상블.


6 언더그라운드 (6 Underground, 5/10)

- 마이클 베이 감독,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기대작이었으나 장점이 확실한 만큼 무신경한 부분도 명확했던 영화.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7/10)

- 넷플릭스 영화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작품들 가운데 하나. 노아 바움바흐 감독이 제 살과 뼈를 깎아 써내려간 각본과 연출,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렌 요한슨의 불꽃 연기도 모두 대단했지만 오스카 상은 냉정한 변호사 역으로 잠깐 출연했던 로라 던(여우조연상)에게로.


아이리쉬맨 (The Irishman, 7/10)

- 넷플릭스 영화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또 다른 작품이면서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만들어지기 힘들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다시 모인 [좋은 친구들] - 로버트 드 니로와 조 페시, 그리고 알 파치노.


더 킹 : 헨리 5세 (The King, 9/10)

- 이 영화 목록을 작성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전쟁 역사물로서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최고의 정치 드라마로 마무리 되는 바람에 넷플릭스에 너무 고마웠던 작품이었어요. 티모시 살라메, 로버트 패틴슨, 숀 해리스 그리고 제작까지 맡았던 조엘 에저튼 주연. 이 목록 전체에서 단 한 작품만 고르라고 하면 바로 이 영화입니다.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Dolemite Is My Name, 6/10)

- 1970년대에 활약한 실존 엔터테이너, 루디 레이 무어의 전기 영화. 오랜만에 보는 에디 머피의 열연이었어요.


시크릿 세탁소 (The Laundromat, 6/10)

- 언제나 화려한 출연진이 재능 기부하러 몰려나오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작품. 조세 회피처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이루어지는 돈세탁 과정에 관한 풍자 코미디.


브레이킹 배드 무비 : 엘 카미노 (El Camino : A Breaking Bad Movie, 7/10)

- [브레이킹 배드]를 직접 보았고 역대 최고의 TV 시리즈라는 걸 기억하고 있는 팬들을 위한 후일담 영화. 빈스 길리건이 직접 연출. 최근에 6개 시즌으로 종영된 [베터 콜 사울]도 있어요.


비트윈 투 펀스 : 투어 스페셜 (Between Two Ferns : The Movie, 6/10)

- 잭 갤리퍼내키스가 진행하는 토크쇼 형식의 단편 웹 코미디 시리즈를 장편 로드무비로 만든 저예산 비디오 영화. 


톨 걸 (Tall Girl, 6/10)

- 하이틴 로맨스를 향한 넷플릭스식 접근 방법. 재미있으면서도 올바르게.


우리 사이 어쩌면 (Always Be My Maybe, 5/10)

- 랜달 박과 앨리 웡이 함께 쓰고 출연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로맨스 코미디. 키아누 리브스 출연에 깜놀.


유니콘 스토어 (Unicorn Store, 4/10)

- 브리 라슨 연출, 주연의 초보작. 이후로는 다행히 연기에만 전념하고 계십니다.


하이웨이맨 (The Highwaymen, 6/10)

- 케빈 코스트너, 우디 해럴슨 주연의 수사극. 보니와 클라이드를 검거하는데 마침내 성공해낸 형사들의 실화 영화로 낭만적인 전설로만 회자되고 있는 이름들을 잔혹한 연쇄 살인범으로 재정의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더 더트 (The Dirt, 5/10)

- 1980년대 LA 메탈 밴드의 전기 영화이자 블랙 코미디. 머틀리 크루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들만 시청을 고려하시는 걸로.


트리플 프론티어 (Triple Frontier, 7/10)

- 벤 애플렉, 오스카 아이작, 찰리 허냄, 페드로 파스칼, 아드리아 아르조나 주연의 마약 범죄 드라마. 과유불급의 교훈을 특급 개고생으로 보여줍니다.


벨벳 버즈소 (Velvet Buzzsaw, 7/10)

- 호러물로서는 낙제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미술계의 프리즘을 통해 욕망의 생태계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가점. 제이크 질렌할 주연.


폴라 (Polar, 8/10)

- 매즈 미켈슨 주연의 액션 영화로 플롯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기대 이상의 독창적인 전개 스타일과 코믹함에 꽤 재미있게 봤던 작품입니다. 와 이런 영화 자주 만들어주세요, 또 보고 싶어요! 하게 됩니다.


[ 2018년 ]


버드 박스 (Bird Box, 8/10)

- 샌드라 블록 주연의 종말 스릴러 영화. 소리를 못내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눈을 못뜨게 하는 [버드 박스]라고 할까요. 높은 완성도와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면서 전세계 관객들을 넷플릭스 화면 앞으로 모여들게 만든 작품이 되었죠.


로마 (Roma, 6/10)

- 1970년대 멕시코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가족사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흑백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면서 넷플릭스 영화에서 수준 높은 작품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아웃로 킹 (Outlaw KIng, 8/10)

- 14세기 잉글랜드 통치에 항쟁하던 스코틀랜드 역사물. 데비잇 맥킨지 감독, 크리스 파인 주연으로 [브레이브 하트]의 윌리엄 월레스 사후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을 이끌었던 스티브 브루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시대극이면서도 과하지 않게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했습니다.


복수의 사도 (Apostle, 2/10)

- 댄 스티븐스 주연작이라 보았지만 각본과 연출 모두 허술했던 작품.


7월 22일 (22 July, 6/10)

- 2011년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재연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작품. 사건의 전말과 이후 재판 과정,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 좀 더 가벼운 영화가 필요한 분이라면 피해주세요. (그리고 아래 영화를 보세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To All Boys I've Loved Before, 8/10)

- 한국계 작가 제니 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 무엇보다 사려 깊고 따뜻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세계적이기 위해서는 한국적이기도 해야죠.


익스팅션 : 종의 구원자 (Extinction, 6/10)

- 감초 같은 조연 연기로 알려진 마이클 페나 주연 SF 영화. 입장 바꿔 생각해보게 만드는 반전의 묘미.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Set It Up, 6/10)

- 제목 그대로의 뉴욕 로맨틱 코미디. 속사포 대사/자막에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헤매는 일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영화.


바르셀로나 이비자 DJ (Ibiza, 8/10)

- 스페인의 휴양지 이비자 섬에서 만나게 되는 로맨스 코미디. 리처드 매든 출연작이라 열어보았는데 기분 전환에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직업 비평가라면 굉장히 싫어한다고 말해야만 하는 종류의 영화.


카고 (Cargo, 7/10)

- 호주에서 촬영된 마틴 프리먼 주연의 저예산 좀비 스릴러물. 눈물 겨운 부성애는 간절함을 넘어 숭고함마저 전달하는데 성공하면서 호평을 받았었죠.


[ 2017년 ]


블레임! (Blame!, 7/10)

- 니헤이 쓰토무 원작(1998년 ~ 2003년, 총 10권)의 사이버펑크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기술적 진보가 아주 아주 먼 미래에 인류를 [매트릭스]와 같은 디스토피아에 데려다놓은 느낌이랄까요.


브라이트 (Bright, 6/10)

- 외계 종족과 공존하게 된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리면서 인종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SF 액션물. 데이빗 에이어 감독, 윌 스미스, 조엘 에저튼, 누미 라파스가 출연한 9천만불 예산의 영화로 넷플릭스 영화의 투자 스케일이 이제 왠만한 극장용 영화에 못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던, 당시로서는 야심작이었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쳤던 것 같습니다.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 제대로 고른 신작 (The Meyerrowitz Stories : New and Selected, 5/10)

- 더스틴 호프먼, 아담 샌들러, 벤 스틸러를 한 자리에 모은 유태인 가족 코미디. 노아 바움바흐 감독의 이 다음 작품이 [결혼 이야기]입니다.


사탄의 베이비시터 (The Babysitter, 5/10)

- 사마라 위빙 주연의 오컬트 코미디. 나름 팬층이 두터웠는지 속편까지 제작되어 2020년에 공개되었습니다.


옥자 (Okja, 7/10)

-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던 넷플릭스와 당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화 제작 투자를 받기 어려웠던 봉준호 감독의 이해관계가 맞아 탄생하게 되었던 작품이죠. 환경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과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워 머신 (War Machine, 7/10)

- 브래드 피트 제작/주연의 정치와 전쟁 풍자 코미디로 [옥자]와 함께 당시 '넷플릭스라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작품들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했던 데비잇 비쇼 감독의 차기작이 바로 [더 킹 : 헨리 5세]입니다.


샌드 캐슬 (Sand Castle, 7/10)

- 이라크전 파병 미군의 시각에 비춰진 전쟁의 실상. 니콜라스 홀트, 헨리 카빌 주연작.


[ 2016년 ]


고스트 워 (Spectral, 7/10)

-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또 하나의 SF 전쟁 영화. 유명 배우는 안나오지만 이 정도면 극장 상영을 했어도 괜찮았겠는데? 했었던 작품. 장르 취향이 이 쪽이시라면 추천.


탈룰라 (Tallulah, 6/10)

- 이제는 엘리엇이 된 엘런 페이지와 앨리슨 재니 주연작. 충동적인 유괴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벼랑 끝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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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처음에는 넷플릭스 추천 영화 Top 5 정도로만 간단히 작성할 생각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별로 볼만한 게 없다고 생각될 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떠오르는 작품 몇 개만 소개하려고 했었는데... 그 중에 일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작품이어서 더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더군요. 대표적으로 제시 아이젠버그 주연의 2019년 독립영화 [호신술의 모든 것]을 넷플릭스에서 보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넷플릭스에서 사라지지 않을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만으로 목록을 작성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안본 작품이라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훨씬 더 많지만, 한 작품을 보기 전에 정말 볼 만한 작품인지 사전 조사와 선택의 과정을 대부분 거쳤던 감상 이력의 목록이기 때문에 목록에 포함된 자체가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작품이 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아쉽게 생각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최우선적으로 감상하고 목록에 추가하겠습니다. 그외 수정되어야 할 내용 상의 오류 등도 언제든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국내 개봉 2주차를 맞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간(10/12 ~ 10/18)의 누적 관객 수는 66,821명으로 집계되었네요. 나름 개봉 첫 주말에 감상했던 저의 소감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화려한 예고편이나 소개 프로그램에 깜빡 속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졸작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비평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입니다. 비평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의미는 관객 모두가 공감하고 엄지척을 해줄 만한 보편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즉, 관객에 따라 엄청 재미있어 하다가도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있겠으나 그것이 모든 관객에게 해당되는 건 분명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거 극장에 바로 가서 봐야 할 작품이냐는 질문에 저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조금 기다리면 분명 어디에선가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될 작품이니 혼자만의 최적 환경에서 감상하시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독립영화로는 아주 적지만도 않은 2천5백만불의 예산으로 제작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3월 27일에 개봉, 약 7천만 달러의 입장료 수익을 거둔 작품이니 상업적으로 폭망한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고 무엇보다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동 각본과 연출을 맡은 다니엘 콴 & 다니엘 쉐이너트 콤비의 전작 [스위스 아미 맨](2016)의 경우 다소 난해한 내용이었음에도 기발한 상상력에 높은 점수를 받았던 바가 있었죠. 두 감독의 스토리텔링과 연출 역량은 마치 테리 길리엄 감독 작품들 중 조금 덜 대중적인 작품들과 유사한 편인데요, 이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스위스 아미 맨]에 비해 조금 대중적이긴 하지만 괴랄한 개그감과 극한의 상상력은 여전한 편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요즘 전세계 관객들이 마블 스튜디오에 의해 멀티버스 세계관 교육을 받고 있던 참이었는데 여기에 잘 적응하신 분들이라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이해하시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동일한 인물이 과거 시점에 이루어진 선택의 다른 길목에서 갈라져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새로운 인종(손가락이 소세지인 인류)으로 살아가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 생물이 아닌 돌덩어리로 존재하기도 한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여기에 특수한 장비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이용해 다른 세계의 자신과 연결이 되고 그 능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설정을 가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탁소 주인 에블린(양자경)이 갑자기 무술도 할 수 있게 되고 그러는 거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도 세계를 소멸시켜버리려는 빌런이 존재하고 여주인공은 그와 맞서 싸우게 됩니다. 그 빌런은 다름아닌 소심한 동성애자 딸 조이(스테파니 수)의 다른 세계 버전에서 배태되어 나온 죠부 투파키라는 몬스터로 세상 모든 것들을 마치 블랙홀과 같은 베이글 속으로 넣어버리려고 합니다. 네, 이쯤해서 영화 못보시고 읽고 계신 분은 아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 하실 거예요. 영화 내용이 그렇습니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상력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들과 여러 시각 효과를 통해 설득력 있게 관객들 앞에 펼쳐보이는 것이 바로 영화 연출의 마법 아닌가 싶네요. 더군다나 이해를 넘어 감정의 전달에까지 성공한다면 그 영화는 칭찬 받을 자격이 충분한 작품인 것이겠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그런 지점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해서는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소개를 받은 유튜브 영상에서는 [기생충](2019)에 빗대면서 아카데미상 후보감이라는 언급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 홍보사에서 적어준 카피를 (아마도 유튜버 본인도 못본 상태에서) 그대로 옮긴 것으로 생각되고, 제가 직접 본 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시장에서도 크게 환영받은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보편적인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작품이 내년 주요 시상식에서 혹시 상을 받는다면 특수효과상이나 편집상 정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Hollywood Critics Association Midseason Awards 2022에서는 주요 7개 부문 석권)



평소 편식 없이 다양한 영화들을 고루 관람하시는 열혈 팬이시라면 적극 추천드릴 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가 아닌 관객이시라면 심지어 좋아하지 않을 요소가 있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느 쪽이든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이 필수는 아니며 스트리밍으로 감상(작품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해도 무방하거나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극장 관람에서 스토리 따라가느라 놓쳤던 디테일을 중심으로 한번 더 보고 싶네요. @ 


(2022. 10. 20 작성)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 (She-Hulk : Attorney at Law, 2020) 8화 /최종회, 결말

마블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의 최종회가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되었습니다.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군요. [토르 : 러브 앤 썬더](2022)에 타이카 와이키키 감독의 지나친 개그감이 독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이번 [변호사 쉬헐크]는 그 보다도 훨씬 더 나간 모양새입니다. 중간에 어디로 가서 헤매든지 마무리 만큼은 멋지게 해내던 마블 답게 지난 8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분노의 화신' 헐크의 본질을 드러내며 최종회에 대한 기대를 한껏 올려놓은 것부터가 이런 훼이크를 위한 포석이었던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한 마디로 이번 만큼은 그간의 모든 마블 작품들에 관한 고정관념을 거부하겠다는 식의 결말이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8화에서 예고되었던 극적인 전개는 생략되고 제니퍼 월터스는 쉬헐크 변신을 금지당한 채 로펌에서도 잘리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후 개연성을 완전히 무시한 의도적인 막장 전개가 가속도를 올리다가 잠시 디즈니플러스 화면 속 썸네일에서 빠져나온 쉬헐크는 특별판 메이킹 필름 속 마블 스튜디오를 방문해 K.E.V.I.N(케빈 파이기로 알려진 인공 지능, Knowledge Enhanced Visual Interconnectivity Nexus)을 만나 자기가 원하는 결말로 내용을 수정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메타 드라마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보다는 혼란스러움을 토로하게 될 팬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MCU 내에서 쉬헐크의 존재 자체가 메타버스도 아니면서 본류에서 벗어난 무언가이었기에 쉬헐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번 드라마에는 마블 제작진이 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조금은 다른 메시지를 담기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의 마블 작품들에 대해서도 미리 예단하는 건 그만 두시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너머의 것을 보여드릴 자유가 우리에겐 있다는 그런 얘기 아닐까요.



 

그나저나 우주에서 돌아온 헐크가 자신의 아들 스카를 갑분 소개하는 장면은 정말 뜨아 했습니다. 이번 마블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는 마블 관계자들끼리 웃고 즐기는, 그러나 초대받은 이들에겐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던 일종의 농담 파티로 남게 될 것 같은 우려가 듭니다. @




(2022. 10. 14 작성)

[시리즈] 안도르 (Andor, 2022) 시즌1, 4화

제국 경비대에 체포될 뻔한 위기를 모면한 안도르는 루덴 라엘(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제안을 받아들여 반군의 '현금 탈취' 계획에 용병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제국 수도의 골동품상이면서 은밀히 반군을 지원하고 있던 루덴 라엘은 자금 마련을 위한 반군의 계획을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안도르를 투입할 생각으로 접근했던 거죠. 이번 드라마의 약 5년 뒤 시점을 다루게 되는 영화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2016)에서 안도르는 반군의 장교(대위) 신분으로 나오는데 그 시작은 일회성 알바였던 겁니다. 루크와 한 솔로도 처음에는 그랬죠.



 

4화의 배경이 되는 알다니의 풍광이 마음에 들어 찾아보았더니 스코틀랜드인 것 같습니다. 3화까지 연출을 맡았던 토비 헤인스에 이어 이번 4화부터 메가폰을 잡은 수잔나 화이트 모두 영국 출신 감독들이고, 출연진 쪽에서도 유난히 영국식 액센트를 사용하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걸 보면 런던에 스튜디오를 차렸던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와 같은 영국 스파이 영화와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빌딩해나가는 이번 편에서는 반란군 뿐만 아니라 제국의 보안 장교들의 회의나 내부 갈등, 지난 에피소드에서 사고를 치고(?) 좌천된 보안회사 장교 시릴 칸의 아파트 같은 장소들이 나오는데 이런 장면들 역시 기존 [스타워즈] 본편에서는 NPC나 다름 없던 주변 인물들의 일상으로 시선을 옮겨간 연출 의도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안도르]라는 작품 자체가 안도르라는 인물의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그와 그들이 살았던 제국의 어두운 그늘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2022. 10. 12 작성)

[영화] 앰뷸런스 (Ambulance, 2022)

마이클 베이 감독의 극장 개봉 신작 [앰뷸런스]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감상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었던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6 언더그라운드]을 볼 수 있었던 게 2019년이었으니 3년 만에 내놓은 연출작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이클 베이의 연출작이라고 하면 관객마다의 호불호는 나뉠 수 있어도 기술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는 딴지를 걸 수 없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냥 잘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언제나 한 발 앞선 촬영 기법의 도입으로 이후 다른 영화들에 영향을 주는 트렌드 세터에 가깝다고 해야겠죠.



[앰뷸런스]는 LA 도심의 은행 털이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형제(제이크 질렌할,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총상을 입은 경찰과 구급대원(에이사 곤잘레스)을 인질로 삼아 앰뷸런스를 타고 도주하는 상황극입니다. 영화 좀 보던 분들이라면 감상 도중에 아 이거 마이클 베이 영화로구나 하고 눈치를 채실 수 있을 만큼 자신의 평소 스타일을 가감 없이 쏟아내고 있는 편입니다. 잘 모르고 보시는 분일지라도 이 작품은 평소에 넷플릭스에서 보던 다른 영화들과는 액션의 스케일이 다르다고 생각하실 것이고 그럼에도 마지막 엔딩에서는 마치 정부 투자 대국민 애국심 고취 영화를 보는 듯한 특유의 배경 음악과 슬로우모션들 때문에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기존의 마이클 베이 감독 작품들에서 이번 [앰뷸런스]가 한 발 더 앞서나간 지점은 카체이싱 장면들에서 사용된 드론 카메라의 사용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드론 촬영으로 얻어내는 멋진 항공뷰 장면을 비단 액션이 강조된 영화가 아니더라도 자주 볼 수가 있는 편인데 [앰뷸런스]에서는 높은 상공에서 내려보기만 하는 버드뷰 뿐만 아니라 정신 없이 달리는 차량의 주변에서 시작했다가 어느새 위로 올라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카메라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그러잖아도 정신 없는 추격씬에서 이런 카메라 워킹(또는 플라잉)까지 굳이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만 마이클 베이는 이번에도 새로운 시도에 망설임이 없었고 이런 시도는 또 다른 연출가들과 촬영 감독들에게 영향을 주게 될 걸로 예상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이야기를 다시 뒤바꿔서 말해보자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는 기술적인 탁월함이 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편이지요. 근엄한 영화 비평의 관점에서 보자면 놀려먹기 좋은 허점이나 편향된 관점의 문제도 있고 단순히 액션 영화로만 놓고 보더라도 스타일이 어느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친 데다가 이것이 최근의 관객들의 취향과는 잘 맞지 않고 있다는 단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비록 코로나 상황이긴 했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치고는 극장 흥행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어중간한 액션물들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편이라 해두고 싶네요.

마지막 TMI로는 2005년 동명의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아마도 소박했던 원작을 그대로 다시 만들었다기 보다는 기본 설정만 가져오고 그외에는 마이클 베이식 변주로 채워넣은 작품이 이번 LA 버전의 [앰뷸런스]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


(2022. 10. 12 작성)

[영화]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Luckiest Girl Alive, 2022)

10월 7일 금요일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를 감상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전세계 동시 공개된 모양입니다. 순위표에는 지난 4월 국내 개봉 이후 같은 날 넷플릭스에 함께 올라온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 [앰뷸런스]가 단번에 1위를 차지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저의 선택은 밀라 쿠니스의 새로운 출연작이 먼저였습니다.

변변한 홍보 기사나 예고편도 본 적이 없었던 작품이기에 불금을 함께 할 새로운 영화가 뭐가 있나 살펴보다가 - 넷플릭스야 말로 주간이나 월간으로 새로운 영화/시리즈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 이건 뭐지? 하며 먼저 좀 알아봤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고 연출을 맡은 마이크 바커는 영화 보다 TV 시리즈 쪽에서 인정을 받아온 인물 같습니다. iMDb 평점이 6.5라는 건 지금 당장 봐야 해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할 일도 없을 거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될 노릇입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영화 소개 문구로서는 드물게 '몰입감 최강의 드라마 영화'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는 성공적인 커리어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결혼을 앞둔 뉴욕의 여성잡지 기자 어니 파넬리(밀라 쿠니스)가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더이상 '진실의 언저리에만 머물지 않기'로 하는 과정과 그 영향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총기 살인 사건의 생존자일 뿐만 아니라 희생자들에 의한 강간 피해자였다는 사실은 주인공 자신과 주변의 모든 이들, 나아가 위선과 기만에 의해 속고 있는 더 많은 이들까지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진실이기에 차라리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감추어두는 편이 나은 선택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도 하니까요.

세상 살이의 이치와 그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을 거스르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선택을 통해 그런 용기를 전파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원작이 소설이긴 하지만 작가 본인의 경험담이었다면 스스로를 위한 구원의 방식이기도 했겠지요. 결과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는 강간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 어쩌면 평생 겪어야 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작품이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입니다. 강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심리적 고통은 모두의 인식과 노력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부분인 것이 맞습니다.



어찌보면 상당히 단순한 플롯의 작품이지만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시점을 절묘하게 교차해내는 스릴러의 구성으로 몰입감이 상당하다는 점은 인정할 만 합니다. 원작자인 제시카 노올이 직접 각색한 시나리오와 마이크 바커의 연출 합이 잘 어우러진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단독 주연 배우로서 우뚝 서게 된 밀라 쿠니스의 대기만성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아마도 외모가 너무 뛰어난 데다가 세상에 알려지던 시점의 코믹한 이미지 - [요절복통 70쇼](That 70's Show, 1998 ~ 2006) - 때문에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어 온 배우 중에 하나가 바로 밀라 쿠니스 아니겠습니까. 그간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었음에도 [블랙 스완](2010)에서의 조연 연기 외에는 별다른 화제작이 없었고 작품 보다는 애쉬튼 커쳐와의 결혼으로 유명세가 유지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밀라 쿠니스에게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는 그녀의 필모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분기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80년대 책받침 여신들 가운데 한 명이었던 제니퍼 빌즈도 반가운 얼굴이었습니다. [플래쉬댄스](1983)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었지만 마찬가지로 영화계의 주변부에서만 꾸준히 머물렀던 그녀의 모습을 스타워즈 드라마 [북 오브 보바 펫](2022)에 이어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에서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즈 위더스푼이 공동 설립한 제작사 퍼시픽 스탠다드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의 영화화 판권을 구입한 건 책이 출간되기 한 달 전 2015년의 일이었습니다. 상업적 성공 보다는 세상에 널리 알릴 가치를 보고 판단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


(2022. 10. 11 작성)

[영화]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 A Star Wars Story, 2016)

스타워즈 드라마 [안도르]를 위해 오랜만에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다시 감상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 그 중에서도 첫 작품이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은 [로그 원]이라는 스핀오프 작품을 낳았고, 그로부터 다시 8년 만에 [로그 원]의 등장 인물 중 하나였던 카시안 안도르의 과거 이야기를 드라마로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로그 원]의 개봉 당시에는 여주인공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에 집중해서 보다보니 최근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아버지 갤런 어소(매즈 미켈슨)와의 재회, 그리고 스타워즈 팬들을 열광시켰던 다스 베이더의 무시무시한 등장 장면 정도였습니다.



 

[로그 원]은 아무래도 본편이 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과의 연계성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작품이랄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사막 행성의 한 소년이 제다이가 되어 제국군의 비밀병기를 파괴한다 아니겠습니까. 반란군의 지도자였던 레이아 공주(캐리 피셔)가 드로이드 R2D2를 통해 사막 행성에 머물고 있던 오비완 캐노비(알렉 기네스)에게 메시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 안에 제국군의 비밀병기, 데스스타의 설계도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과연 이 설계도는 어떻게 반란군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는 작품이 [로그 원]입니다. [로그 원]은 그 중심 스토리 뿐만 아니라 곳곳에 [스타워즈]의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추억의 장치들을 여럿 깔아놓기도 했죠. 팬들의 호평을 받은 이 방식은 이후 제작되는 많은 스핀오프 영화와 드라마에서 남발되는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레퍼토리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가 제국군과 반군 간의 처절한 전투 장면으로 채워지다보니 장르적으로는 전쟁 영화로 분류될 수도 있겠습니다. [스타워즈]가 먼저 있었기에 [로그 원]도 만들어지고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될 수 있었던 것이지만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로그 원] 자체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제다이와는 달리 평범한 존재들이지만 제국의 폭압으로부터 해방이라는 대의를 위해 싸우고 희생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이랄까요. 덕분에 [로그 원]은 앞서 개봉했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3편의 귀족적이고 화려했던 그래픽과는 상반된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들의 짠내 나는 고군분투와 하나씩 쓰러져가는 모습들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로그 원]에서 카시안 안도르는 반란군 대위 신분으로서 맡겨진 임무를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면모의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의 대사 중에는 "6살 때부터 제국군과 싸워왔다"도 있지만 반란군의 대의를 앞세우는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일들까지 수행해야 했고 그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고백도 있었습니다. 첫 에피소드 3편을 통해 반란군에 합류하게 된 과정을 보여준 드라마 [안도르]의 이후 이야기에서 예상되는 줄거리는 대의와 생존을 위해 갈수록 흑화되어 가는 한 인간의 모습과 그로 인한 내면적 갈등이나 조직과의 불화 같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제이슨 본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토니 길로이가 [로그 원]에 이어 [안도르]의 각본과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어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


(2022. 10. 9 작성)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 (She-Hulk : Attorney at Law, 2020) 8화

MCU에서 장르적 다양성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 쉬헐크]의 여덟 번 째 에피소드가 공개되었습니다. iMDb에서도 에피소드 마다 매우 낮은 수준의 평점을 이어가고 있던 이 시리즈에서 이번 에피소드는 유독 7.8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름아닌 MCU의 또 다른 변호사 - 맷 머독/데어데블이 전격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변호사 쉬헐크]는 MCU의 시트콤을 넘어서 MCU의 [섹스 앤 더 시티]로까지 경계 확장을 해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 죄송합니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와 같이 잠깐 얼굴만 비치고 사라지는 카메오 출연은 아니었어요.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캐릭터 - 어보미네이션을 성격 개조 버전으로 부활시켰던 것에 이어서 데어데블과의 뜨거운 밤이라니, 꽤 놀라운 이벤트였습니다. (블랙 위도우 의문의 1패)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의 높은 평점은 누군가의 판타지였을 법한 장면을 실현시켜주는 데에서 그쳤던 것이 아니라 쉬헐크가 가졌던 헐크로서의 본질 -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대폭발의 마지막 장면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다음 주 마지막 에피소드 썸네일이 '마음 챙김의 전도사' 어보미네이션이네요. [변호사 쉬헐크]의 정체성에 걸맞는 시크콤적인 마무리를 예상해봅니다. @


(2022. 10. 7 작성)

[시리즈] 안도르 (Andor, 2022) 시즌1, 1화 ~ 3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 [안도르]의 3개 에피소드가 한글 자막과 함께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먼저 공개되었던 시점이 지난 9월 21일이었으니 다행히 3주 만에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제 남은 에피소드들은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매주 한 편씩 업데이트가 되겠지요.



주인공 카시안 안도르는 2016년 말에 공개돼 호평을 받았던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 등장했었던 인물입니다. 여주인공을 돕는 반란군의 정보 요원으로 장교(대위)로 주연급 조연 정도였죠. 그런 인물을 새로운 주인공으로 내세워 스타워즈 세계관 기반의 드라마로 구성해낸 작품이 [안도르]입니다. [안도르]는 정확히 말하자면 [스타워즈] 사가의 스핀오프 작품에서 다시 파생되어 나온 확장판, 그 중에서도 [로그 원] 보다 이전 시점을 사건들을 다루는 프리퀄 드라마가 되는 셈입니다.



[스타워즈]의 스핀오프라고 해서 다 잘 된 것도 아니었던 와중에 이번 [안도르]에 대해서는 꽤 좋은 소문이 들려 오더군요. 그래서 저는 기존의 자매품들과는 좀 다른, DC 유니버스에서의 [조커](2019)와 같이 좀 더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려나 막연한 기대를 했었습니다.

실제로 시청해본 [안도르]는 느와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 그러고 보니 조연급 캐릭터를 통해 막간 웃음을 선사해오던 장치가 없네요 - 굉장히 사실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인상이고 다른 [스타워즈] TV 시리즈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CG를 쓰더라도 너무 화려하거나 어색한 점이 없이 스팀펑크 SF의 느낌만을 적당히 잘 살려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일하게 첫 에피소드 3편을 동시 공개한 이유는 화제성을 위한 것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가 딱 장편 영화 한 편 분량의 러닝타임이 되기도 하고 내용상으로도 1부에 해당하는 줄거리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어떻게 반란군의 손에 키워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과거 시점과 이후 성장한 현재 시점에서 좀도둑 정도로 살아가던 인물이 어떻게 반란군에 합류하게 되었는지를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세번째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이 딱 '카시안 안도르, 더 비기닝'이거든요. 앤더슨이 네오로 각성해서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끝나는 [매트릭스](1999)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플롯의 마무리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안도르]가 특별한 이유 한 가지를 꼽자면 주조연을 불문하고 등장인물 모두를 향해 있는 카메라의 시선입니다. 이야기는 물론 카시안 안도르를 중심으로, 그것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두 시간대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지만 그외 등장하는 주변 인물 하나 하나에까지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섬세한 연출(토비 헤인스)이 단연 돋보입니다.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일 여유까지는 없었겠지만 각각의 인물들은 그들 나름대로 무언가 복잡한 사연이 하나씩 있을 것만 같습니다. [스타워즈] 본편들에서는 그저 이름 없는 반란군 캐릭터 중 하나였던 인물이 이렇게 자기 이름을 내건 시리즈를 내놓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로그 원]과 [안도르]에서 재미 이상의 감동 요소를 찾게 된다면 결국 이런 지점에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에는 오랜만에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다시 한번 봐야겠네요. @


(2022. 10. 6 작성)

2023/02/25

[영화] 스토어웨이 (Stowaway, 2021)

2021년 SF 영화 [스토어웨이]를 넷플릭스에서 감상했습니다. 본래 극장 상영을 위해 제작되었고 소니에서 배급을 할 예정이었지만 제작이 완료된 시점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극장 상영은 취소되고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공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2018년 아이슬란드 영화 [아틱]으로 장편 데뷔한 브라질 출신의 조 페나 감독에게 [스토어웨이]는 두번째 장편 연출작입니다.



 

IMDb 평점이 5점 대 밖에 안되는 영화라서 잠시 망설이다가 애나 켄드릭과 토니 콜레트가 출연한 영화라서 속는 셈치고 보기로 했습니다. 대체 얼마나 허술하게 만든 영화이길래 이렇게 평점이 낮은 건가 싶었는데, 영화의 만듬새는 오히려 극사실적인 연출에 높은 점수를 주고도 남을 만 했고 그 보다는 인종 이슈와 인위적인 결말 같은 부분들이 일부 시청자들의 눈에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계획에 없던 흑인 탑승자는 민폐 덩어리일 뿐이고 동양인은 인정머리 없을 따름이며 백인 여성들은 지휘를 하거나 모두를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하는 인종적 편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삐딱하게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도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엘론 머스크와 그런 건 돈낭비에 불과하다는 빌 게이츠의 설전이 기사화되고 있는 와중이라 [스토어웨이]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근미래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각본을 쓴 조 페나 감독과 라이언 모리슨 역시 다름아닌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스토어웨이]에서 보여지는 화성 여행은 항공기 1등석이나 크루즈 여객선 같이 정갈하고 편안해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무척 아슬아슬하게만 보입니다. 지구 대기권 밖에 준비되어 있는 우주 비행체까지 도달하는 로켓 발사 장면만 하더라도 저러다 로켓이 폭파하거나 궤도를 벗어나 실패하더라도 별로 이상하지도 않을 것처럼 위태롭기만 합니다. 인류가 대기권을 벗어나고 우주를 여행을 하고자 하는 과정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인지를 [스토어웨이]의 도입부는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이하 스포일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토어웨이]는 기대 이상으로 사실적인 SF 드라마입니다. 인공 중력을 만들기 위해 설계된 우주 비행체 MTS의 내부는 허리를 마음 놓고 펴고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이고 등장 인물들이 먹는 음식들 또한 전투식량에 가까운 형태라 앞으로 2년 간 이들이 견뎌야 할 화성으로의 여행과 임무가 결코 멋있게만 보이지가 않습니다.

문제는 본래 2인용으로 설계되었던 우주 비행체를 3인까지 쓸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 MTS인데 이 비행체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까지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죠. 지구 기지의 기술지원 엔지니어인 마이클(세이미어 앤더슨)이 어떻게 우주선의 기계 장치 안에 갖혀 있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영화 도입부에서 로켓이 본 궤도에 이르지 못했던 것도 그의 몸무게를 계산해넣지 않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별거 아닐 수도 있는 미세한 차이가 임무의 성패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MTS 내부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는 장치가 망가지고 그로 인해 네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이 부족할 수 밖에 없게 되자 네 사람은 생존과 임무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만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스토어웨이]는 그렇게 SF 영화의 가면을 쓴 윤리적 딜레마의 영화로서 그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가장 먼저 생물학자 데이빗(다니엘 대 킴)이 화성에서의 연구 목적에 사용하려던 해조류를 키워 부족한 산소 발생량을 늘려보기로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결국 불청객인 마이클 스스로가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상황을 설명해주고 도구도 제공해주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의학자 조(애나 켄드릭)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후에 최후의 선택을 하자고 주장합니다. 인공 중력을 얻기 위해 MTS의 반대편에서 돌고 있는 구조물 내부의 액화산소를 가져다 쓰기로 하는 것이죠.




[스토어웨이]는 대기권 밖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싸움을 그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래비티](2014)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비티]가 라이언(산드라 블록) 개인의 고독한 생존 투쟁으로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채우고 있는 반면 [스토어웨이]는 유사한 상황 속에 처해진 인간 집단의 딜레마에 집중합니다. 이럴 때 해결책은 서로 간의 난폭한 이전투구이거나 누군가의 고귀한 희생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스토어웨이]는 그중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아주 고리타분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갈등은 표면화되지 않고 다수를 위한 한 사람의 희생은 영화가 고귀한 모습으로 그리려고 할 수록 시청자의 시선에는 너무 교훈적으로만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스토어웨이]의 참신하지 못한 결말이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것 말고 이 영화가 선택할 수 있는 출구가 달리 없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토니 스타크를 구원해준 캡틴 마블이라도 나타나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텐데 [스토어웨이]의 세계관에는 그런 멋진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인류에게 현실의 우주 공간은 아주 험난하고 모든 상황이 열악하기만 합니다. 그와 같은 우주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는 영화라서 개인적으로는 [스토어웨이]가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토니 콜레트와 앤나 켄드릭의 차분한 연기도 영화와 참 잘 어울렸고 다니엘 대 김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


(2023. 2. 5 작성)

[영화] 자백 (Confession, 2022)

2022년 10월 개봉작 [자백]을 넷플릭스에서 감상했습니다. 본래 2020년 11월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극장 개봉이 미뤄지다가 2년 여가 지나서야 뒤늦게 개봉하고 약 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상당 수의 영화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바로 넷플릭스에 판매되어 공개되곤 했었는데 [자백]은 좀 늦어지더라도 극장에 걸어볼만 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자백]은 2016년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Contratiempo)의 리메이크입니다. 원작을 보지는 못했지만 호숫가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이 상황을 처리하려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을 보니 예전에 유튜브에서 봤던 영화 소개 클립이 생각나더군요. 2009년 개봉작 [마린 보이]로 데뷔했던 윤종석 감독의 두번째 장편으로, 각색은 남다정 감독, 각본에 윤종석 감독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본래 남다정 감독이 준비하던 리메이크 연출이 윤종석 감독에게로 넘어간 것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기본적으로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고백]은 관객들 앞에 양파 껍질 벗겨내듯 새로운 진실과 반전을 반복하며 긴장을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잘 씌여진 작품입니다. 영화 중반까지는 한 가지 진실을 놓고 서로 다른 인물의 시각에서 달리 보이는 [라쇼몽]식 전개를 보여주는데 이 때마다 사건의 디테일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선악이 뒤바뀌기도 하죠. 동일한 상황을 다시 보여주지만 그 때마다 달라지는 정황 자체가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보안 전문 IT 업체 사장인 유민호(소지섭)는 불륜 관계였던 김세희(나나)를 호텔방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유민호의 변호를 맡기로 한 승률 100%의 양신애 변호사(김윤진)와 호숫가의 별장에서 만나 진실 공방을 펼칩니다. 무죄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자신에게 진실하기를 요구하는 변호사에게 유민호는 결국 김세희를 죽인 것이 자신임을 자백합니다. 그리고 양신애 변호사는 죽은 김세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두 사람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죽게 만들었던 한선재(서영주)의 시신 유기 장소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유민호가 꼼짝없이 자신의 범죄를 자백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양신애 변호사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사실 유민호가 만나고 있었던 사람은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었던 한선재의 어머니 이희정이었고, 김세희는 당시 사고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죽기 전 한선재의 부모에게 전화로 사실을 고백한 상황이었습니다. 이희정과 남편 한영석은 오직 죽은 아들의 시신이라도 거둘 수 있기를 원할 뿐이었지만 양신애 변호사가 가짜라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 유민호는 자해극으로 다시 한번 상황을 모면하려고 합니다.



 

결국 유민호는 양신애 변호사인 척 했던 이희정이 지적했듯이 '창의력도 없고 논리도 맞지 않는' 억지 주장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최악의 살인자로 밝혀집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영화가 여러 다른 버전의 진실을 펼쳐보이기 때문에 관객으로서는 영화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유민호의 참모습을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상당히 작위적인 플롯에 불과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안정적인 연출이 받쳐주는 덕분에 장르적인 재미는 괜찮은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영화의 전개에 따라 김세희를 연기한 나나는 악녀에서 또 한 명의 피해자로, 유민호를 연기한 소지섭은 억울한 피의자에서 폭주하는 살인마로, 김윤진은 치밀한 승부사 양신애에서 아들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이희정으로 훌륭한 변신 연기를 선보입니다.

 


장르 영화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사실성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관객 특성상 [자백]은 2020년에 예정대로 극장 개봉을 할 수 있었다 한들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볼 수 있었을까 싶기는 합니다. 아무리 방송국 기자와 스텝 출신이었다 해도 한선재의 부모가 양선애 변호사를 납치해 유민호를 상대한다는 부분, 그리고 유민호의 승리로 끝나는가 싶다가 경찰들이 얼어붙은 호수 위 얼음을 깨고 유기된 차량을 끌어내는 반전은 국내 작품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살짝 무리하는 감이 없지 않은 설정과 결말입니다. [자백]은 전반적으로 꽤 매끄럽게 연출된 작품이라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극장 관람이었다면 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었을 듯 합니다. @


(2023. 2. 11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