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의 최종회가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되었습니다.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군요. [토르 : 러브 앤 썬더](2022)에 타이카 와이키키 감독의 지나친 개그감이 독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이번 [변호사 쉬헐크]는 그 보다도 훨씬 더 나간 모양새입니다. 중간에 어디로 가서 헤매든지 마무리 만큼은 멋지게 해내던 마블 답게 지난 8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분노의 화신' 헐크의 본질을 드러내며 최종회에 대한 기대를 한껏 올려놓은 것부터가 이런 훼이크를 위한 포석이었던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한 마디로 이번 만큼은 그간의 모든 마블 작품들에 관한 고정관념을 거부하겠다는 식의 결말이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8화에서 예고되었던 극적인 전개는 생략되고 제니퍼 월터스는 쉬헐크 변신을 금지당한 채 로펌에서도 잘리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후 개연성을 완전히 무시한 의도적인 막장 전개가 가속도를 올리다가 잠시 디즈니플러스 화면 속 썸네일에서 빠져나온 쉬헐크는 특별판 메이킹 필름 속 마블 스튜디오를 방문해 K.E.V.I.N(케빈 파이기로 알려진 인공 지능, Knowledge Enhanced Visual Interconnectivity Nexus)을 만나 자기가 원하는 결말로 내용을 수정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메타 드라마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보다는 혼란스러움을 토로하게 될 팬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MCU 내에서 쉬헐크의 존재 자체가 메타버스도 아니면서 본류에서 벗어난 무언가이었기에 쉬헐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번 드라마에는 마블 제작진이 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조금은 다른 메시지를 담기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의 마블 작품들에 대해서도 미리 예단하는 건 그만 두시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너머의 것을 보여드릴 자유가 우리에겐 있다는 그런 얘기 아닐까요.
그나저나 우주에서 돌아온 헐크가 자신의 아들 스카를 갑분 소개하는 장면은 정말 뜨아 했습니다. 이번 마블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는 마블 관계자들끼리 웃고 즐기는, 그러나 초대받은 이들에겐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던 일종의 농담 파티로 남게 될 것 같은 우려가 듭니다. @
(2022. 10. 14 작성)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