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8

[영화] 치히로 상 (ちひろさん / Call Me Chihiro, 2023)

지난 2월 23일 목요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치히로 상]을 감상했습니다. 2014년에 출간된 야스다 히로유키의 만화를 각색해서 영화화한 작품이네요.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의 연출로 아리무라 카스미가 주인공 치히로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출연진 가운데 가장 낯익은 얼굴라고 할 만한 배우로는 치히로의 예전 직장 상사(?)로 출연한 릴리 프랭키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갖은 양념으로 화려한 풍미를 자랑하는 요리가 있는가 하면 그와 정반대로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와 같이 지극히 단순한 재료로 만든 한끼 식사가 있기도 하죠. 일본 영화들이라고 해서 다 담백하기만 한 것도 아니지만 [치히로 상]은 그 나라의 요리법과 음식 맛을 닮은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소박한 느낌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 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치히로(아리무라 카스미)가 해변가 마을의 도시락 전문점에서 일하는 동안 이야기가 진행되고 다시 소 키우는 농장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극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시락 전문점의 사장 내외나 다른 이들에게 가족과 같은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새로운 곳으로 떠나갑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존재이듯 만남 이후 이별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죠.



치히로의 성장 과정이나 마사지 샵에서 일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은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법이 없습니다. 대신 치히로의 주변 인물들, 여고생이나 꼬맹이 남자 아이 등을 통해 극중 인물들 간의 공통 요소들을 꼽아볼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이들은 모두 가족들과 함께 살고 학교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그 안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합니다. 혼자 떠돌아 다니듯 생활하다가 치히로와 알게 되고 다시 서로와 친구를 맺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치히로 본인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 하지 않고 노숙자와 도시락을 나눠 먹고 목욕까지 시켜줄 정도로 상냥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는 일반적인 인간 관계에는 정착하지 않기로 한 것 같습니다. 아니 그 보다는 더이상 정착할 수가 없게 된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영화는 그런 대로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마무리됩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도시락 전문점 일을 할 때에는 '마사지 샵에서 일했었다'고 답해야 했지만 이제는 '도시락 전문점에서 일했었다'고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한 챕터씩, 예전 보다 좋아진 과거를 쌓아가는 것만이 남은 과제인 것만 같습니다.

일본 영화의 특성상 [치히로 상] 역시 원작의 분위기와 내용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으리란 추측을 해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원작 만화도 접해보고 싶습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