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5

[영화] 문 섀도우 (In the Shadow of the Moon, 2019)

2019년 9월에 공개되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문 섀도우]를 감상했습니다. 2019년에 공개된 다른 넷플릭스 영화로는 [아이리쉬 맨]과 [결혼 이야기]가 있고 개인적으로 최고의 영화 중에 하나로 꼽는 [더 킹 : 헨리 5세] 역시 같은 해에 공개되었었죠. 그야말로 극장 개봉 이력이 없는 넷플릭스 영화라고 해서 더이상 딴지를 걸 수가 없게된 시점에 만들어진 영화 중에 하나가 [문 섀도우]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그렇다고 [문 섀도우]가 앞서 언급한 2019년 동창생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어떤 점에서는 2019년 이전 시점에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하기에는 좀 애매한 사정의 영화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투자 받고 만들어질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느낌의 영화에 좀 더 가깝다고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문 섀도우]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만든 SF 장르의 영화입니다. 다양한 유형의 SF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좀 덜 받으면서 만들어졌지만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 그 덕분에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만들 수 있었던 - 그런 종류의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문 섀도우]의 이야기는 근미래도 아니고 오히려 과거 시점인 1988년부터 시작됩니다. 휘황찬란한 미래 도시의 세트나 우주선, 로봇 같은 건 안나오고 미국 필라델피아 도심의 예전 모습을 재현했습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몇 명의 시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살해를 당하는데 몸에 있는 구멍에서 피와 뇌수가 쏟아져나오고 목 뒤에는 3개의 구멍이 발견됩니다. 정식 수사관으로 진급하고 싶어하던 하급 경찰관 토마스 록하트(이하 로크, 보이드 홀브룩)는 흑인 여성 용의자를 추적하다가 이 용의자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용의자는 지하철에 깔려 사망하고 말지요. 그리고 그 날 밤에 딸 에이미가 태어나고 아내는 출산 중에 사망을 합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97년의 같은 날,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다시 발생하고 로크 형사는 9년 전 자기 눈 앞에서 죽었던 그 연쇄 살인범이 살아 돌아온 것을 알게 됩니다. 이번에는 범인을 체포하려다가 오히려 동료를 잃게 되고, 범인에게 납치되어 경비행기에 실려 끌려가다가 범인이 9년에 한번씩 '달이 지면' 잠시 동안 돌아올 수 있게 된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로크는 경찰서에서 자신을 찾아왔던 나빈 라오 박사가 슈퍼문이 뜨는 날에 달의 중력이 전자기장과 반응을 일으켜 시공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제보했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후로 로크는 다음 9년 후 이 범죄자를 다시 만나 죽이면 아내가 사망했던 과거를 되돌릴 수 있게 된다고 믿게 됩니다.




2006년의 로크는 더이상 형사 일을 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오로지 9년마다 나타나는 범인 찾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입니다. 사망한 인물들 간에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발견해냈지요. 18년 전 약물 과용으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되었었지만 사실은 다른 사망자들과 동일한 현상으로 죽은 해롤드 노와크가 급진적인 사상가였으며 자신의 선언문과 팜플렛들을 지지자들에게 우편으로 보냈는데 그 수신자들이 바로 연쇄살인의 사망자들이었던 것이죠. 이것을 실마리로 다시 한번 범인을 뒤쫓게 된 로크는 범인이 동굴 속에 숨겨놓은 이상한 장비에 몸을 싣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범인을 놓치기는 했지만 로크는 이제 언제 어디에서 이 범인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2015년이 되어 어느새 늙은이가 되어버린 로크는 이번 만큼은 범인을 사살해서 자신의 망가진 인생을 되돌릴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번에는 라오 박사가 자신의 연구에 중요한 인물인 범인을 지키기 위해 로크를 납치해보지만 로크는 라오 박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범인에게로 다시 향합니다. 그리고 미래로부터 도착한 범인에게 총구를 겨누게 되죠. 미래로부터 과거로 향하고 있는 범인을 죽이게 되면 범인이 그 보다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살인하는 것을 막게 되고 따라서 과거의 로크 자신도 범인을 뒤쫓는 삶을 살지 않게 될 것이라는 바램이었습니다. 드디어 범인은 자신과 로크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주고 두 사람은 극적으로 36년만의 화해를 하게 됩니다.




[문 섀도우]의 첫 장면은 2024년의 어느 날, 범인인 리야가 9살이 된 시점에 일어난 미국의 내전 상황이었습니다. 오래 전 과격 분리주의 사상가가 퍼뜨린 폭력 선동 사상이 결실을 맺어 이후 수 백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혹한 상황까지 빚어지게 된 것이었죠. 라오 박사는 9년마다 돌아오는 달의 주기를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하는 장치와 훗날 극단주의 단체의 일원이 될 인물들을 원격으로 살해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이 임무를 수행할 인원으로 리야를 선발해 과거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과거를 9년 단위로 여행하며 암살 임무를 수행하게 된 리야가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은 다름아닌 자신의 할아버지 로크였던 것이죠.




알고나면 마음 한켠이 짠해지는 어느 가족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문 섀도우]입니다. SF 장르를 좋아하는 영화 팬의 시각에서는 다소 밋밋할 수 밖에 없는 전개 방식이지만 자신의 운명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점의 로크 형사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SF라기 보다는 미스테리 스릴러 쪽에 좀 더 가까운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엄청 허접하게 만들었을 줄 알았는데 그 보다는 훨씬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편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한 남자의 인생을 망가뜨려왔던 미스테리가 마지막 몇 분만에 후다닥 정리되어 버리는 데에서 오는 아쉬움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주인공 로크 형사로 출연한 보이드 홀브룩의 모습이 궁금해서 관심을 갖게 된 영화입니다. [로건](2017)에서의 악역으로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나르코스]나 [샌드맨]과 같은 TV 시리즈에서도 계속 개성있는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곤 했었는데 [문 섀도우]에서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은 과연 어떠할지 궁금했었습니다. 곧 개봉하게 될 새로운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도 주요 배역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로건]을 연출했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보이드 홀브룩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 같네요. @


(2023. 2. 2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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