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5

[시리즈] 카지노 (Big Bet, 2022) 시즌 1, 1화 ~ 3화

강윤성 감독, 최민식 주연의 미니시리즈 [카지노] 1화 ~ 3화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총 16부작으로 제작된 [카지노]는 국내 방송사 같았으면 일주일에 두 편씩 한번에 방영하고 끝냈을 분량이지만 디즈니플러스에서는 이것을 굳이 2개 시즌으로 나눠 8개 에피소드씩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인 모양입니다. 다행히 시즌 1과 2 사이에 뜸들이는 기간은 길지 않은 듯 하네요.

강윤성 감독은 지금의 마동석을 있게 해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범죄도시](2017)의 각본과 연출로 늦깎이 데뷔를 했었죠. 차기작 [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2019)이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바람에 '원 히트 원더'로 그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어느 정도 흥행성이 보장된 [범죄도시]의 속편 연출을 자신의 조감독 출신이었던 이상용 감독의 데뷔작으로 양보하고, 그 대신 본인의 연출작으로 준비해온 작품은 좀 더 긴 호흡의 서사를 필요로 하는 드라마 [카지노]였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최민식에게도 시리즈물의 출연은 이번 [카지노]가 25년만이라고 합니다. 최민식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 가운데 한 명이지만 지금도 신인 시절의 한석규와 함께 출연했던 TV 드라마 [서울의 달](1994년, 81부작)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죠. [카지노] 이전까지는 줄곧 영화에만 출연해왔고 이따금 연극 무대로 돌아가기도 했었던 최민식의 마지막 TV 드라마 출연작은 1997년 MBC [사랑과 이별]이었네요.

최민식과 함께 단연 주목을 끄는 출연진으로 [범죄도시 2]에서 악역으로 출연했던 손석구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필리핀 카지노의 왕 차무식(최민식)을 검거하려는 파견 경찰 역으로 출연하는 모양인데 아직 극의 초반에 해당하는 3화까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외 허성태, 이동휘 등 낯익은 배우들의 활약도 기대가 됩니다.


(이하 스포일러)


 


드라마 [카지노]는 제목에서부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1995년 동명 작품을 떠올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범죄 일대기 드라마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최근 작품들 중에서는 우민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마약왕](2017)이나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2022)을 연상하게 되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일 같습니다. [카지노] 1화 ~ 3화는 주인공 차무식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회상 형식으로 다루는 동시에 국내에서 카지노바 사업을 하다가 국세청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필리핀으로 건너간 후 다시 현지 카지노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기까지의 교차해서 보여줍니다.



[카지노]는 강윤성 감독의 데뷔작 [범죄도시]가 그랬듯이 예술성이 높거나 아주 치밀한 구성의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극 초반 가난했던 어린 시절 회상 부분의 경우 [수리남]에서 윤종빈 감독이 주인공의 과거 성장기를 얼마나 세련되게 다루었는지 새삼 깨닫게 될 정도로 [카지노]의 연출은 완성도 면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가 있습니다. 3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평범한 대학생이던 차무식(이규형)이 시위 현장에 휘말려 본의 아니게 집시법 위반으로 3개월 형을 살고 나오자마자 졸지에 전대협 1기 의장으로 나서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건 뻥이 심해도 너무 했다 싶은 대목이었어요.

 


하지만 말투가 다소 거칠어도 파란만장했던 과거지사를 거침 없는 입담으로 쏟아내는 만담꾼처럼 [카지노]는 복잡한 생각 없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보게 되는 재미가 있더군요. 강윤성 감독의 데뷔작이자 출세작 [범죄도시]가 그랬듯이 드라마 [카지노] 역시 작품성이나 미학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스토리텔링에서 나오는 재미 자체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첫 3회차가 그랬듯이 나머지 4화 ~ 16화까지 이런 재미에 있어서 만큼은 꾸준했으면, 그리고 엉뚱하지 않은 적절한 마무리 정도만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PS. [카지노] 3화의 마지막 전대협 집회 장면에서 그대로 이어지며 시작된 4화에서 차무식(이규형)의 역할은 전대협 의장이 아니라 의장의 경호원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운동권에서 도망 나오기 위해 군 입대를 선택했는데 그게 북파 공작 부대였습니다. 단순히 힘 좋고 싸움 잘 하던 학생 시절의 차무식과 왠만한 폭력배들도 쉽게 제압하는 마닐라 시절의 차무식 사이의 괴리감을 메워주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2023. 12. 2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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