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미니시리즈 [카지노] 시즌 1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미 16개의 전체 에피소드를 다 만들어놓고 굳이 이걸 2개의 시즌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8화가 방영되었다고 해서 내용상 어떤 일단락이나 분기점이 존재하지는 않았습니다. [카지노]의 나머지 8개 에피소드를 묶어놓은 시즌 2는 앞으로 3주 후, 2월 15일부터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앞서 리뷰했었던 [카지노] 시즌 1의 1화 ~ 3화가 필리핀 카지노의 왕으로 군림한 인물 차무식(최민식)의 전사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중년의 나이에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오게 된 과정까지 '큰 형님의 옛날 이야기' 스타일로 다루었던 반면, 4화부터는 국세청의 칼날을 피해 필리핀으로 도주해 카지노에서 그간 벌었던 돈을 탕진한 이후 민석준 회장(김홍파)을 통해 필리핀 카지노 업계의 중심 인물로 자리 잡는 과정, 그리고 차무식이 필리핀 카지노 업계와 교민 사회의 정점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한인들 간의 살인 사건들을 현재 진행형으로 따라가게 됩니다.
필리핀의 정관계와 경찰까지 손 안에 넣어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선 차무식의 적은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이었겠죠. 시즌 2에서 그려질 차무식의 전쟁과 몰락은 그런 맥락에서 다뤄질 것 같습니다. 시즌 1의 4화에서 8화까지는 시즌 2에서 차무식이 본격적으로 치뤄야 할 전쟁으로 가는 스토리 빌딩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4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 중에는 민 회장 아래에서 차무식과 대놓고 갈등을 벌이는 서태석(허성태) 같은 인물도 있지만 그 보다는 한국의 화장품 기업 회장으로 필리핀 카지노의 대형 고객인 고영희(이혜영)와 그녀에게 접근하는 호텔 매니저 김소정(손은서), 차무식의 현지 에이전트 필립(이해우)이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중심 인물이었습니다.
이후에 김소정은 차무식의 측근 양정팔(이동휘)과 사귀면서 차무식의 칼리즈 카지노 업장이 위치한 볼튼 호텔 매니저로 옮겨오게 되는데 여기에서 필립으로 갈아타기를 하고, 다시 필립을 통해 고영희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죠. 스튜어디스 출신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한국에서는 사기 전과자인 김소정은 고영희가 큰 베팅으로 번 돈을 인출해갈 때 필립과 함께 가로채기를 해 한국으로 돌아오고자 합니다.
이들의 등장과 일화가 그리 길게 가지는 못했지만 차무식이 필리핀에서 자신을 배신한 자와 거액의 돈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차무식은 카지노 사업을 통해 필리핀 정관계와 경찰, 교민 사회만 접수한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마피아 조직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나라와 달리 총기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 필리핀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차무식이 김소정과 필립을 처리하는 방식도 꽤나 폭력적이었습니다.
5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손석구가 연기하는 오승훈 경감이 드디어 등장합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피살되는 사건이 생기자 대사관에서 한국에 담당 경찰관의 파견을 요청했고 오승훈은 일종의 연락관의 역할로 오게된 것이었죠. 그러니까 처음부터 차무식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수사권도 없는 신분으로 자기가 하기에 따라서는 한가롭게 시간만 보내다가 귀국할 수도 있는 입장이었던 것인데 손석구 배우가 연기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처럼 오승훈 경감도 필리핀 현지 경찰서에 앉아 한국인 관련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나서서 적극적으로 조사를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최무식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면서 결국 대립 구도로 가게 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차무식의 카지노 사업에는 한국인 고객들을 도와주며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정식 에이전트들 외에도 돈벌이를 물어다주는 이런저런 주변 인물들이 존재하는데 6화와 7화에서는 김경영(이석)이라는 인물이 한국에서 사기를 치고 도주해온 지인들의 돈을 노리고 살인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차무식은 경찰들 보다 한 발 앞서 사건의 증거물들을 찾아내고 범인들을 체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합니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흔적들은 먼저 지워내고 처리하는 차무식의 방식인 것이죠.
시즌 1의 형식적 마지막 회인 8화에서는 7화의 마지막에 '처형을 당한' 김소정과 필립의 죽음을 놓고 차무식의 측근이지만 차무식의 이면까지 다 알지는 못하고 있던 양정팔(이동휘)와 홍기준(이상구)에게 균열이 일어나는 조짐을 비춰주기 시작합니다. 차무식은 이들이 모르는 비밀 금고에 김소정으로부터 회수한 현찰을 직접 옮겨놓는데 시즌 2의 예고편을 보면 양정팔과 홍기준이 차무식이 몰래 쌓아놓은 현금을 발견하고 경악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죠. 이동휘가 연기하는 양정팔의 비중은 차무식의 가까운 주변 인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존재감이 약한 편이었는데 시즌 2에서 어떤 배신의 드라마를 펼쳐보이게 될지 기대를 걸어봐야 할 듯 하네요.
한편 도주 중이던 김경영을 체포하는데 성공한 오승훈 경감(손석구)은 현지에서 수사권을 발휘할 수도 없고 필리핀 영주권이 없어 정식으로 총기 소지가 불가한 상황에서도 곧 다가올 앞 날을 대비하듯 암거래로 권총을 입수하기도 합니다. 필리핀 카지노의 왕 차무식의 과거와 일상에서부터 드라마의 중심이 본격적인 범죄 액션으로 옮겨나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23. 1. 2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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