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6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국내 개봉 2주차를 맞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간(10/12 ~ 10/18)의 누적 관객 수는 66,821명으로 집계되었네요. 나름 개봉 첫 주말에 감상했던 저의 소감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화려한 예고편이나 소개 프로그램에 깜빡 속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졸작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비평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입니다. 비평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의미는 관객 모두가 공감하고 엄지척을 해줄 만한 보편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즉, 관객에 따라 엄청 재미있어 하다가도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있겠으나 그것이 모든 관객에게 해당되는 건 분명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거 극장에 바로 가서 봐야 할 작품이냐는 질문에 저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조금 기다리면 분명 어디에선가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될 작품이니 혼자만의 최적 환경에서 감상하시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독립영화로는 아주 적지만도 않은 2천5백만불의 예산으로 제작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3월 27일에 개봉, 약 7천만 달러의 입장료 수익을 거둔 작품이니 상업적으로 폭망한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고 무엇보다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동 각본과 연출을 맡은 다니엘 콴 & 다니엘 쉐이너트 콤비의 전작 [스위스 아미 맨](2016)의 경우 다소 난해한 내용이었음에도 기발한 상상력에 높은 점수를 받았던 바가 있었죠. 두 감독의 스토리텔링과 연출 역량은 마치 테리 길리엄 감독 작품들 중 조금 덜 대중적인 작품들과 유사한 편인데요, 이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스위스 아미 맨]에 비해 조금 대중적이긴 하지만 괴랄한 개그감과 극한의 상상력은 여전한 편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요즘 전세계 관객들이 마블 스튜디오에 의해 멀티버스 세계관 교육을 받고 있던 참이었는데 여기에 잘 적응하신 분들이라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이해하시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동일한 인물이 과거 시점에 이루어진 선택의 다른 길목에서 갈라져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새로운 인종(손가락이 소세지인 인류)으로 살아가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 생물이 아닌 돌덩어리로 존재하기도 한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여기에 특수한 장비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이용해 다른 세계의 자신과 연결이 되고 그 능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설정을 가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탁소 주인 에블린(양자경)이 갑자기 무술도 할 수 있게 되고 그러는 거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도 세계를 소멸시켜버리려는 빌런이 존재하고 여주인공은 그와 맞서 싸우게 됩니다. 그 빌런은 다름아닌 소심한 동성애자 딸 조이(스테파니 수)의 다른 세계 버전에서 배태되어 나온 죠부 투파키라는 몬스터로 세상 모든 것들을 마치 블랙홀과 같은 베이글 속으로 넣어버리려고 합니다. 네, 이쯤해서 영화 못보시고 읽고 계신 분은 아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 하실 거예요. 영화 내용이 그렇습니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상력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들과 여러 시각 효과를 통해 설득력 있게 관객들 앞에 펼쳐보이는 것이 바로 영화 연출의 마법 아닌가 싶네요. 더군다나 이해를 넘어 감정의 전달에까지 성공한다면 그 영화는 칭찬 받을 자격이 충분한 작품인 것이겠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그런 지점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해서는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소개를 받은 유튜브 영상에서는 [기생충](2019)에 빗대면서 아카데미상 후보감이라는 언급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 홍보사에서 적어준 카피를 (아마도 유튜버 본인도 못본 상태에서) 그대로 옮긴 것으로 생각되고, 제가 직접 본 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시장에서도 크게 환영받은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보편적인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작품이 내년 주요 시상식에서 혹시 상을 받는다면 특수효과상이나 편집상 정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Hollywood Critics Association Midseason Awards 2022에서는 주요 7개 부문 석권)



평소 편식 없이 다양한 영화들을 고루 관람하시는 열혈 팬이시라면 적극 추천드릴 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가 아닌 관객이시라면 심지어 좋아하지 않을 요소가 있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느 쪽이든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이 필수는 아니며 스트리밍으로 감상(작품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해도 무방하거나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극장 관람에서 스토리 따라가느라 놓쳤던 디테일을 중심으로 한번 더 보고 싶네요. @ 


(2022. 10. 20 작성)

[맛집] 분당 백현동 폴트버거

점심으로 간단히 햄버거나 먹으면 좋겠다 싶을 때 발견해서 처음 접해본 프렌차이즈 요식업계의 신상(?) 폴트 버거입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양대 산맥으로 대변되는 - 추가하자면 롯데리아? - 기존 햄버거 프렌차이즈에 대비해 상위 호환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의 유명세를 입고 화제 속에 국내 매장을 오픈했던 쉐이크쉑과 달리 폴트 버거는 국내 토종 브랜드로서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조용하게 인지도를 쌓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MZ 세대가 배우고 싶어하는 운동 종목 중에 하나인 테니스를 테마로(테니스 경기에서 사용되는 바로 그 폴트!) 실제 가본 적은 없지만 태니스 경기장의 라커룸에 온 듯한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부띠끄 호텔 인테리어처럼 아크릴 등 맨들맨들한 재질을 사용해 전반적으로 블링블링한 분위기입니다.




폴트 버거의 폴트 버거를 먹어봤는데 단픔 가격 9천 3백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세트 메뉴가 따로 없어서 음료와 사이드 메뉴는 별도로 추가해야 하는데 이는 반대로 약간의 할인을 무기로 세트 메뉴 구입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으나 결론은 저렴한 가격은 아니라는 겁니다. 버거는 비싼 가격 만큼 패티의 질과 복합적인 소스 맛에서 새롭고 좀 더 좋은 버거를 먹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한데 먹다보니 밑으로 많이 흐르고 해서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햄버거 주제에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요즘 이쪽 업계가 좀 그렇습니다. 빅맥이나 와퍼처럼 예전부터 있었던 대표 버거의 단품만 가격이 그나마 얌전하지 세트 메뉴나 뭔가 이것저것 넣은 무슨무슨 버거가 되면 기존 버거 프렌차이즈에서의 한 끼 식사 가격도 무시 못할 수준이 되어 버렸죠.



확연한 맛의 차이를 인정해주기 힘든 햄버거 장르이기에 다른 식사류 가격 대비 가성비 면에서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건 폴트 버거 뿐만 아니라 기존 햄버거 프렌차이즈의 고가 햄버거 메뉴도 마찬가지 - 들 수 밖에 없겠습니다. 여기에 폴트 버거 매장의 인테리어는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을 듯 하네요. 이렇게 새로움을 전달하고 경험하는 일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인지, 그 이상의 즐겨찾게 되는 무언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지는 좀 지켜봐야 할 듯 하네요.

아무래도 기존 터줏대감들과의 정면 대결 보다는 일정 거리를 두는 영업 전략을 가져갈 수 밖에 없을 듯 한데 검색해보니 더현대 백화점, 스타필드 하남, 그리고 동탄과 판교 중심가… 임대료가 엄청 비싼 곳들에서만 오픈한 것 같습니다. @


(2022. 10. 19 작성)

[맛집] 분당 서현동 서현순대

오늘도 혼밥할 기회가 생겨 지난번 한양김치찌개에 들렀을 때 봐두었던 길 건너 [서현순대]에서 처음 식사를 해봤습니다. 분당 서현동의 같은 골목에서만 양평해장국, 김치찌개에 이어 순대국까지 먹어보게 되었네요. 세 곳이 모두 서현역에서 분당 제생병원 방면 골목에 모여있는데 리뷰를 쓰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양평해장국을 먹으러 갔다가 봐두었던 한양김치찌개를 그 다음번에 가서 먹어보고(실망), 그리고 그때 봐두었던 서현순대를 또 찾아가 봤습니다.



적당한 식사가 필요할 때 순대국은 첫번째로 생각날 정도로 좋아라 하는 메뉴는 아니지만 최근 배달앱으로 돼지국밥을 종종 시켜먹곤 했었습니다. 따뜻한 국밥이면서 배부르고 속도 편해서 좋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순대국은 자주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순대국에 포함되는 부속 고기가 입맛에 안맞는 경우가 많아 순대만 들어간 순대국을 주문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점심 때는 주변 직장에서 꽤 많은 손님들이 몰릴 법한 가게이고, 저녁에는 혼밥하기에 별 부담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대표 메뉴인 소사골 순대국을 주문했는데, 여러 명이 함께 왔을 때는 순대전골, 그외 술안주로는 편육이나 순대 한접시를 먹으면 되겠더군요. 단촐한 메뉴 구성에서부터 전문점의 풍모가 느껴집니다. 소주를 아직 4천원에 파는 곳도 있지만 분당 서현역 주변은 이미 5천원이 되었네요.



깔끔해보이는 순대국이었고 새우젓과 다대기 약간을 넣어 간을 해서 먹었는데 기대했던 그 이상의 맛이었습니다. 만약 순대국 좋아하시는 지인을 모시고 식사 한 끼 대접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이 곳으로 모셔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토종 순대 몇 조각에 부속 고기들까지 아주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밥을 말아 먹으니까 더욱 맛있었고요. 매장 이름이 정확히는 서현순대 분당 본점인데 검색해보면 서현순대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는 이곳 하나 뿐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동네에 가서 분점을 차리고 싶을 정도였어요.



국밥류 식사에서 의외로 중요한게 김치더군요. 어떤 곳은 메인 메뉴는 맛잇는데 김치가 너무 형편 없어서 감점을 주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현순대의 무김치는 메인 메뉴가 되는 순대국의 맛을 적당한 수준으로 돕는 정도의 딱 좋은 맛이었습니다. 먹기 좋게 작은 사이즈로 잘라져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 손님 덜 귀찮게요. 김치는 매장 한 구석에 셀프로 갖다 먹으면 되도록 비치되어 있습니다. 무김치와 배추김치도 있었는데 저는 무김치만 먹고 매우 만족했습니다.



서현순대의 순대국 이름이 소사골 순대국이었는데, 정말 육수를 소사골로 끊어 만드는 모양입니다. 순대국이 원래 돼지가 재료인데 육수는 또 소사골을 우려내서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그렇다고 소고기국 맛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진하면서도 잡내 없이 먹기 좋았습니다. 서현동 황새울로 골목에서 최근 먹어본 3군데 가게의 3가지 메뉴 중에 서현순대의 소사골 순대국이 단연 최고입니다. 근처에서 식사를 해야할 일이 있을 때 뭘 먹어야 할지는 확실히 정해놓은 것 같습니다. @


(2022. 10. 18 작성)